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식당
정다정 베제투스 대표
해방촌의 채식 레스토랑 베제투스의 대표 정다정은 비건이 아닌 이들도 오늘 한 끼로 채식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모두의 비건’을 꿈꾼다.
채식 레스토랑 베제투스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스물다섯 무렵에 섭식장애로 고생을 했다. 고기나 달걀, 우유 등이 몸에 맞지 않고 소화도 안 돼 고생하면서 메뉴를 개발했다. 건강을 되찾은 이후에도 가끔 고기를 먹기는 해도 대체적으로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다 레스토랑까지 차리게 되었다.
본인이 완벽한 채식주의자는 아닌 것인가? 그렇다. 가끔 엄격한 비건 생활을 실천하는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와 내가 비건인지 아닌지부터 묻는다. 그럴 때 “나는 완벽한 비건은 아니다. 플렉시테리언이다.” 라고 대답한다.
플렉시테리언을 ‘비건 지향인’으로 부르기도 하던데 최근 한국에서도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나처럼 가끔 고기나 생선, 혹은 달걀이나 유제품 등을 먹지만 대체적으로 채식 위주의 생활을 하려는 이들이다. 비건 자체가 하나의 엄격한 룰이라기보다는 삶의 자연스러운 옵션이 되면 좋겠다.
스스로를 비건이냐 아니냐로 규정하는 것보다 삶의 방향성에 초점을 둔 것 같다 맞다. 비거니즘이 삶의 목표가 아닌, 더 나은 세 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상에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는 이들도 있지 않은가. 이런 이들 이라면 하루에 한 끼만 고기가 없는 채식 밥상을 실현해도 육류 소비량을 30%나 줄일 수 있다. 비단 건강뿐 아니라 동물권이나 지구 환경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이기 때문에 동물 가죽이나 털로 만든 옷 등을 사지 않고 화장품도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베제투스에서 내놓는 메뉴는 100% 비건식으로 알고 있다 달걀이나 동물성 크림 등 유제품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 100% 채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메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나 스스로 100% 채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아 다양한 채식 디저트 메뉴까지 갖추고 있다. 비건 중에는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 데, 100% 비건 디저트가 드물다 보니 우리 가게에 오면 모든 종류의 디저트를 구입해가기 도 한다.
대표 메뉴가 채식 햄버거인 것이 눈에 띈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렌틸과 현미, 귀리, 다진 채소등으로 직접 만든 패티를 사용한 햄버거다. 일반적으로 채식이라고 하면 얌전한 모양에 심심한 맛을 생각하는데 우리 햄버거는 푸짐하고 든든해 보여 더 많이 찾는 것 같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대신 향신료를 풍부하게 사용해 맛과 향을 낸다. 원래 인도나 중동, 남미 등 향신료 향이 강한 나라의 음식을 즐기기도 해 많은 이에게 맛의 즐거움을 전해주려 노력하는 편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맛있는 채식‘을 전하기 위한 메뉴 개발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해외의 채식 레스토랑을 찾아 맛보고 경험한다. 베제투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된 계기도 바르셀로나에 있는 한 채식 레스토랑에서 문화 충격을 받아서다. 분명히 100% 채식 재료만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정말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게 전부 채식 메뉴라고?” 경이로움을 느껴 곧장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해외 레시피들을 보고 연구하며 한 달 내내 새로운 채식 메뉴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맛 보여줬다. 채식을 하지 않는 친구들도 “이 정도면 나도 충분히 사먹겠다”고 해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도 꾸준히 해외에 나가 맛을 본다.
베제투스를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비건인가? 처음 오픈했을 때는 90%가 외국인, 나머지는 비건 한국인이었다. 외국에는 채식 문화가 많이 퍼져 있어 비건도 많지만 비건이 아니더라도 비건 음식을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우리 가게를 많이 찾았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채식 문화가 많이 퍼지지 않아 극소수 비건을 제외하고는 한국인의 비율이 많지 않았는데, 불과 3년 사이에 서울의 채식문화가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이제는 한국인 손님이 절반 정도 된다. 꼭 비건이 아니더라도 비건 문화가 궁금해 시도해보려고 오는 이들이 많다.
현재 서울의 비건 문화를 어떻게 보는가? 새로운 비건레스토랑이 속속 생기고 있다. 인식도 달라져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안타까운 점은 꼭 비건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비건 옵션을 두는 곳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한국의 밥집에 가서 비건 메뉴가 있냐고 물으면 채소 비빔밥이나 김치, 김밥 등을 권하는데 이런 메뉴에도 젓갈이나 소고기 다시다 등이 들어가 있어 곤란하다고 호소하는 외국인이 많다. 비건이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
베제투스의 목표가 있다면? 모두가 완벽한 비건이 되지 않아도 비건 문화가 하나의 옵션으로, 또 라이프스타일로 퍼져나가면 좋겠다. 나를 위해, 그리고 다른 생명과 지구를 위해 비건이라는 옵션이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릴 때까지 우리 레스토랑은 버텨나갈 것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 59
문의 070-8824-5959
